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28일 약 7만5000명의 당원 및 지지자들 앞에서 미 역사상 첫 흑인대선 후보로서 ‘미국의 약속, 미국경제의 회생, 미국의 세계적 위상’을 되살리겠다고 밝혔다. 오바마가 수락연설을 한 이날은 미국 흑인인권운동사의 이정표를 세운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나에겐 꿈이 있어요’란 명연설을 한지 꼭 45년째 되는 날이어서 역사적 의미를 더했다.

콜로라도주 덴버의 인베스코 미식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이날 수락 연설에서 오바마는 “지금 우리는 결정적 순간을 맞고 있다”며 “나라는 전쟁 중이고 경제는 도탄에 빠지고 ‘미국의 약속’은 또한번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락 연설에서 현정부의 경제실책을 비판하는 데 집중했다. “많은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고, 많은 사람이 열심히 일하지만 더 적게 벌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집을 잃고, 집값 폭락을 겪고, (고유가 때문에) 자동차를 운전할 수 없을 지경이 되고, 신용카드 대금을 못내고, 학비를 감당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는 것. 오바마는 “이번 대선은 21세기 미국이 ‘열심히 일하면 모든 꿈을 이룰 수 있는 미국의 약속’을 되살릴 기회”라고 강조했다. 연설 첫마디에서부터 그는 “케냐 출신의 내 아버지와 캔자스주 출신의 내 어머니는 미국에서는 자신들의 아들이 어떤 꿈을 품든 다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며 “내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그 ‘미국의 약속’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민주당이 약속하는 진보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서 집값(모기지)을 지불하도록 할 수 있느냐, 자식들의 장래 학비를 준비하기 위해서 매달 얼마씩을 저축할 수 있느냐로 측정한다”며 “우리가 말하는 진보는 바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때처럼 2300만개의 새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미국 평균가정 소득이 7500달러씩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지 W 부시 대통령 아래서 미국의 평균가계소득은 2000달러씩 떨어졌다”고 비판했다.

오바마는 또한 “우리는 경제활력을 억만장자의 숫자, 포천 500대기업의 이윤으로 평가하지 않고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 팁으로 사는 식당여종업원들이 하루씩 쉬며 아픈 아기를 돌볼 수 있는지로 측정한다”며 “경제란 노동의 존엄함을 지켜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해외에 일자리를 이전시키는 기업들에 세금혜택을 주는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와 다르다”며 “미국 내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업들에 세금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95%의 미국 노동계층의 세금을 줄여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한 “우리 경제와 안보, 지구의 장래를 위해 나는 대통령으로서 향후 10년내 중동에 대한 석유의존을 끝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향후 10년간 1500억달러(약 150조원)의 자금을 투입해 풍력, 태양력, 차세대 바이오연료 같은 재생에너지를 개발함으로써 5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는 “최고사령관으로서 나는 이라크전을 책임있게 종식하고 알 카에다 및 탈레반과의 싸움을 끝낼 것”이라며 “강력한 직접외교를 통해 이란의 핵무장을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테러리즘과 핵확산, 빈곤, 대량학살, 기후변화와 질병에 맞서기 위해 새로운 파트너십을 건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덴버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