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디 집안도, 그리고 클린턴 집안도 이런 운명을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세 정치 가문의 영욕이 미국인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버락 오바마 부부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민주당내 정치적 명가였던 케네디가(家), 클린턴가는 상대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

25일 전당대회 첫날 밤, 케네디 가문은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이후 그의 형제들이 이어오던 ‘캐밀롯의 전설’을 오바마에게 물려줬다. 일찌감치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던 케네디 가문은 전당대회 첫 날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케네디가가 누려온 정치적 유산의 승계의식은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인 캐롤라인(51)이 처음 시작했다. 캐롤라인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의 아버지처럼 나에게 영감을 불어넣어준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있다. 바로 버락 오바마 대선후보다. 또한 오바마는 ‘꿈은 절대 죽지 않는다’고 강조한 삼촌(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정치적 후계자”라고 선언했다. 암 투병 중이던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도 곧 이어 등단, 청중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존 F 케네디의 횃불이 오는 11월 새로운 세대의 미국인들에게 넘어간다”며 ‘검은 JFK’로 불리는 오바마에게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반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부부는 지난 20년간 민주당을 이끌어온 정치적 유산을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에 더 관심을 두는 듯했다. 실제 민주당내의 관심도 클린턴 부부가 오바마에게 어느 정도 힘을 실어줄 것인지에 쏠려 있다. 클린턴 의원의 측근들은 각종 언론인터뷰에서“오바마측이 클린턴 부부를 제대로 대접하지 않는다”며 섭섭함을 쏟아내고 있다. 26일 대의원 투표를 앞두고 오바마와 클린턴 간의 막후 협상이 진행돼야 할 정도로 단합이 쉽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치무대는 오직 단 한 가족, 오바마 부부에게 쏠리기 시작했다. 25일밤 오바마의 부인 미셸은 “오바마가 아주 뛰어난 대통령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오바마와 자신의 어려웠던 가족사, 미국인의 가치 속에 커온 부부의 얘기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덴버 = 최형두특파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