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간 프랑스를 이끌어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당선자는 프랑스사에 최초의 이민 2세대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특히 그는 2002년 내무장관 취임 이후 강력한 치안정책과 달변으로 유력정치인으로 떠오른 인물로, 평가도 양극으로 갈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6일 치러진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세골렌 루아얄 사회당 후보를 꺾고 당선된 사르코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프랑스 현대사회의 복잡한 가족관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점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1955년 파리에서 태어난 사르코지는 헝가리 귀족 출신 아버지와 유대계 그리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난 이민 2세대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공산주의를 피해 프랑스로 이주했던 아버지는 사르코지가 5세일 때 어머니와 결별, 다른 여성과 재혼해 자녀 2명을 더 낳았고 어머니도 재혼했다. 사르코지의 가족관계는 18세기 프랑스 왕 루이 14세와 닮았고, 170㎝가 되지 않는 키는 나폴레옹을 연상시킨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사르코지의 정치경험은 출발부터 프랑스의 유명 정치인들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유력 정치인들이 최고 지도자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인데 비해 사르코지는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에서 공부한 변호사로,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 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된 것이 정치에 입문한 출발점이었다. 사르코지는 법학공부를 마친 어머니 앙드레를 따라 뇌이쉬르센에서 자랐다.

사르코지는 강한 추진력과 열망으로 이 모든 약점을 극복해 나갔다. 도약의 계기는 1983년 28세의 나이로 뇌이쉬르센 시장에 당선된 것. 1993년 관내 유아원에 침입한 인질범을 설득, 문제를 해결하면서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된 그는 1993년 예산장관을 시작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5년 공화국연합(RPR)의 양대 대권주자였던 자크 시라크 대신 에두아르 발라뒤르를 지원한 뒤로 한차례 시련을 맞았다. 시라크가 대통령에 당내 경쟁에서 이기고 대선에서도 승리를 거둔 것. 사르코지는 7년에 걸친 노력 끝에 2002년 다시 시라크의 눈에 들어 내무장관으로 각료직에 복귀할 수 있었다. 내무장관에 기용된 뒤에는 강력한 치안정책으로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대중적 지지를 확보했다. 어머니 앙드레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르코지는 7세부터 대통령 꿈을 키워왔고, 강한 의지를 가진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사르코지가 추구하는 정치인 모델은 영국의 토니 블레어 총리. 전기작가 니콜라 도메나크는 이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가지면에서 사르코지는 블레어 총리를 역할모델로 삼았다”면서 “블레어의 미디어 정치나 ‘제3의 길’ 이론 정립 부문을 맘에 들어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기작가 아니타 하우저는 “상당히 욕망이 강하면서도 절대 쉬지 않는 일중독자로, 우파이지만 실용주의적 노선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후 세대의 첫 대통령이 된 사르코지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2005년 파리 소요 사태 당시 그의 공격적인 정책이 교외 빈민가 이민자들의 반감을 산데다, 고용 유연화 등 과도한 자유주의적 경제정책도 논란거리다. 민감한 사안에 대한 과감한 대처와 함께 직설적이며 거친 발언도 프랑스인들의 거부감을 사고 있다. 또 극우 후보 장 마리 르펜이 사르코지의 출신에 대해 “정통 프랑스인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느냐”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친구들과 지지자들은 사르코지를 가장 개혁에 성공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 사르코지의 친구인 브라이스 호테포는 이날 NYT와의 인터뷰에서 “다른 정치인들은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데 비해 오직 사르코지만이 개혁에 따른 어떤 위험도 감수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NYT는 이날 “사르코지는 오만하며, 과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엘리제궁에 들어가는 정치인으로서 가장 평가가 극단으로 엇갈리는 인물 중 한명”이라고 평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